📙 About
home

(12월호)결국에는 되리라는 믿음으로

2018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가 도재경 작가님 인터뷰 by 에디터 윤성민

신춘문예 기간을 맞아 북엔드 12월 인터뷰는 신춘문예 당선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도재경 작가님은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 소설집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로 심훈 문학상과 허균 작가상을 받으셨습니다.
서른 두 살에 시작한 본격적인 습작 - 늦은 시작이었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열병을 앓는 것 같아
7년 간의 습작과 투고 - 계속 쓰면 언젠가는 될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달려
작가의 활로 개척은 좋은 작품을 고민하고 계속 쓰는 것뿐, 기회가 왔을 때 가장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도록 꾸준히 써야
재밌는 소설은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것, 계속 마음에 맴도는 것, 그런 소설 쓰고파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소설을 쓰시게 된 가장 첫 계기는 무엇이셨나요? 원래 20대 초반에 계속 글을 읽고는 있었던 것 같아요. 꼭 문학 텍스트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읽는 게 좋다 보니. 그러다 보니 언젠가는 책을 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20대 중반에 일을 하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 같아요. 음, 읽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 같아요.
그 당시 소설은 어떤 걸 읽으셨나요? 그 당시는 제가 문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까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던 것 같아요. 그때 인상깊게 읽었던 게 히라노 게이치로 라는 소설가의 작품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굉장히 젊은 작가였거든요. 그 작가의 ‘달’이라는 소설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었는데 희열감과 함께 열등감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저보다 나이가 얼마 많지도 않은데 벌써 일본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소설의 사유나 이야기 전개 과정 같은 것이 이렇게 저를 탁 때렸거든요. 그리고 이문열 작가님 소설도 많이 읽었던 것 같고, 무라카미 하루키, 뭐 그때는 목록을 정하고 읽은 게 아니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어요.
원래 어릴 적의 목표는 소설가가 아닌 다른 직업이셨나요? 인생 첫 꿈은 소방관이었어요. 그 생각으로 공부도 살짝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에 군복무도 오래 했어야 됐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그 과정에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작가님들도 그러시겠지만 한 번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머릿속에서 잘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열병을 앓는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전반은 문학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심지어 문예창작학과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막연히 소설을 쓰려면 국문과를 가야 하나? 그 정도로 몰랐어요. 전공은 지리교육과 나왔습니다. 교사의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요.
본격적인 습작은 언제부터였나요? 소설가의 꿈을 처음 세웠던 건 스물다섯 무렵이었어요. 임관을 앞두고 있었고 그때부터 군 생활을 6년을 쭉 했어요. 그런데 군대 안에서는 일이 많아서 소설을 쓸 여건도 안 되고. 전역하기 전까지는 고민이 많았어요. 군 생활을 계속할까에 대한. 그래도 여건이 안되더라도 목표 세운 게 있으니까 그걸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본격적인 습작의 시작은 서른둘이었어요. 굉장히 늦게 시작했죠.
창작 관련 교육 같은 걸 받으시고 쓰기 시작하셨나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혼자 작법서나 창작 지침서 같은 걸 참고하기도 하고, 혼자서 한 2년 정도를 썼어요. 그러다가 주변을 돌아보니까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고 창작 스쿨같은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가서 배워봐야겠다 싶었어요. 그전에는 여기저기 직장생활 하면서 혼자 썼습니다. 2년보다 더 되겠네요.
주위에 같이 쓰시는 분들도 계셨나요? 어떻게 알음알음해서 같이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이 생겼고 저보다 먼저 등단해서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요.
신춘문예 투고는 몇 년 정도 하셨나요? 거의 7년 정도는 꾸준히 냈던 것 같아요. 웬만하면 투고를 받는 모든 곳에 다 내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안 됐고 평균적으로 일 년에 네다섯 곳씩 작품들을 냈던 것 같아요.
한 편의 소설을 쓰는 데에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셨나요? 소설마다 다르긴 한데, 어떤 작품은 반년 동안 계속 구상하고 썼다 지웠다 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보름 만에 초고가 나오기도 하고, 소설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단편 기준이에요. 장편은 지금 쓰고 있는 중이에요, 습작 때 한번 써봤는데 망했죠. 그런데 그 망한 경험이 좋은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이렇게 쓰면 안된다, 밑그림을 충분히 그리고 구도를 촘촘하게 다 짜고 들어가야지, 쓰고 싶은 열망에 바로 끄적거려버리면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돼요. 실패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소설 착상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다양하긴 한데, 영화를 보다가도, 전시작품을 보다가도, 음악을 듣다가도 얻고. 낯선 공간에 갔을 때 뭔가 떠오르기도 하고.
세계일보로 등단하셨는데, 그때는 쓰신지 몇 년 차였나요? 기분은 어떠셨나요? 본격적으로 쓴 건 6년 정도. 좋았죠. 좀 덤덤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안돼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어차피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자만심이 아니라 계속 쓰면 결국에는 꼭 될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자님이 여러 가지 물어보시더라고요. 나이나, 어디에서 공부를 했나 같은 것을. 저는 크리스마스 전에 연락이 왔어요.
당선 이후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원고청탁 들어오는 게 있으면 원고 쓰고. 그리고 논문을 썼죠.
청탁은 어느 정도 들어오셨나요? 당선되던 해에는 두 군데 들어왔어요. 세 군데였나? 헷갈리네요. 일반적으로 두세 곳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원고 청탁은 인세가 어느정도인가요? 매체마다 다른데 짧은 소설, 제일 적게 받은 걸 말씀드리면 오 만원 짜리도 있었어요. 제일 많이 받은 건 백이십만원인가. 오만원 받은 건 정말 짧은 거였어요. 엽편. 보통은 칠십에서 백삼십 사이인 것 같아요.
원고 청탁은 기간을 어느 정도 주시나요? 청탁은 반년 정도 전에 주시는 것 같아요. 모두 그렇진 않고 석 달 전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반년.
인세같은 경우에는 먼저 주시나요? 원고를 발표하면 인세가 아니라 원고료를 정산해주세요. 예전에 선배 작가님들은 원고료 못 받으신 분들도 있는데 요즘은 그렇진 않고 발표되는 대로 바로 들어와요. 원고 청탁 계약서는 미리 쓰고. 청탁서 같은 게 날아와요. 매수는 어느 정도면 좋겠다 같은.
첫 소설집은 어떻게 내셨나요? 심훈 문학상이라고 제가 상을 받았는데 조건 중에 책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얼떨결에 내게 됐죠. 수상 기관이랑 출판사가 연결되어 있었어요.
허균 작가상도 받으셨잖아요? 이런 문학상은 본인이 직접 투고를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심훈 문학상은 제가 원고를 내서 됐고, 허균작가상은 제가 투고한 건 아니고 심훈 문학상을 받아서 책을 냈는데 그 책을 심사위원 분들이 심사를 하셔서 받게 됐고요.
신문사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는 작가들의 경우, 등단 이후에 지면을 얻는 게 힘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활로를 열어야 할까요? 어려운 질문 같긴 한데, 신문사 신춘문예만이 아니라 문예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메이저 문예지를 통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더라도, 음, 이슈가 되면 활동을 이어가기는 용이할 텐데, 그게 아니라면 원고청탁을 받는 게 수월하지는 않으니까. 그럴 때는 어떻게 활로를 열어가야 할지에 대한 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계속 자기 작품을 꾸준히 쓰는 거죠. 계속 쓰다 보면 원고청탁의 기회가 아무리 없어도 몇 번은 있을 거예요. 그때 좋은 작품을 내면 또 누가 찾아주고 호명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결국에는 계속 좋은 작품을 고민하고 쓰는 것밖에는 정직한 활로는 없을 것 같아요.
지원금 프로그램 같은 게 있을까요? 있죠. 창작지원 프로그램 같은. 서울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발간 지원이나. 대산 창작기금 같은 게 있고. 지역문화재단에서도 창작기금을 운영하기도 하고.
그런 곳도 지원해보셨나요? 전 한 번도 못 받았어요. 못 넣었던 적도 많고. 지원했는데 못 받은 적도 있고. 한 번 받으면 몇 년 동안 못 받기도 하는데 그래도 받으면 가계에 많은 보탬이 되겠죠. 심신의 안정을 얻기도 하고. 그런 지원이 있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등단하신 뒤에도 계속 일을 하시면서 글을 쓰시나요? 예전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쓰진 않고요. 그때그때 들어오는 부업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죠. 백 퍼센트 전업 작가는 힘들고 푼돈벌이를 하면서 써야 하는 현실입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되시나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쓰려고 해요. 다섯 시간 정도는 쓰려고 해요. 그 이상 붙잡고 있어도 좋은 게 나오는 것 같지 않고. 마감 임박하면 이삼일 밤을 새기도 해요.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있으신가요? 상상하는 게 즐거워요. 재미난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 물론 활자로 만드는 작업은 고통스럽지만요.
번아웃이 오신 적도 있나요? 다 써서 지면에 실렸는데 뭔가 잘못돼서 제 의도랑 다르게 나왔을 때. 오탈자 같은 것도 신경쓰이고.
어떤 소설을 쓰고 싶으세요? 재미난 소설. 너무 빤하죠.
그럼 어떤 소설이 재밌으신가요? 제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읽고 재밌다고 느낀 소설들은 쭉 읽고 나서 덮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소설의 이야기라던지, 그 안에 담긴 사유라던지, 아니면 그 안의 인물의 고민 같은 것들을 머릿속에 맴돌게 하는 소설들이 있더라고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독자의 애정이랄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고 쓰려고 하고 열망하죠. 그런게 재미난 소설 아닌가? 그런데 너무 모호하네요. 사람마다 포인트가 다르니까.
마지막으로, 혼자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같은 것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모든 책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는 사람한테 양분이 될 거예요. 좋은 책이든 그렇지 못한 책이든. 다만 인생이 길지가 않으니까 습작할 때는 이왕이면 고전 작품을 읽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습작 이후에도 그렇고. 오래도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들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거든요. 나라나 환경, 시대가 변하더라도, 인간이 보편적으로 그 정서를 향유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으니까 계속 읽히는 거겠죠. 자기를 믿고 언젠가는 될 거라는 믿음으로 쓰세요. 화이팅입니다.

도재경 작가님과의 식사

이번에 작가님과 식사를 진행한 곳은 마봉양꼬치 압구정점, 깐부치킨,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 중식당이었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마시며 이동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작가님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술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즐겁습니다! 깐부치킨은 다들 아실테니 마봉양꼬치에 대해 가볍게 설명드릴게요. 마봉양꼬치는 양꼬치집답게 양꼬치가 맛있고 블랙꿔바로우로 유명한 체인점입니다. 저희는 양꼬치와 볶음밥, 마파두부를 주문했는데 새로운 맛이었어요. 양꼬치를 작가님이 사주셔서 감사히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