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out
home

(8월호)작가에게 필요한 자기만의 방🚪

<타자기 치는 남자> 차근호 작가 인터뷰

북엔드에서는 7월의 마지막 주에 차근호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작가님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29회 대산문학상 수상 작가 차근호
대표작
『메이드 인 세운상가』 - “1986년, 북한의 수공에 대비해 직접 잠수함을 만들 계획을 세운 사람들“
『타자기 치는 남자』 - “간첩 잡는 형사의 뜨거운 문학수업”
수상 이력
2021년 제29회 대산문학상 희곡부문
2000년 삼성문학상 장막희곡부문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을 해볼게요. 저희는 아무래도 작가의 집필 환경 개선이 목표 중 하나이다 보니 작가님의 집필 장소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보통 어디에서 작업을 진행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집 겸 작업실에서 작업을 해요. 일단은 저는 담배를 필 공간이 있어야 해요. 연희 창작촌에 갔었는데 밖에 나가서 담배를 펴야 하다보니 작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요. 이건 저의 개인적인 얘기고, 제가 극작가협회에 계속 몸을 담고 있었으니까 이런 집필 환경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작가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왜냐하면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은 집이 작업실이 될 수 있지만 가족과 같이 사는 사람도 있고, 또 혼자 산다고 해도 집이라는 공간과 작업실이 분리되길 원하는 작가도 많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갈 데가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연희 창작촌 같은 곳은 경쟁도 많고 들어가기도 힘들잖아요. 여름에는 좀 시원하고 겨울에는 좀 따뜻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옛날처럼 작가는 가난해야 된다는 말은 우리 모두 가난했을 때의 얘기고, 작가일수록 맛있는 것도 먹고 영양분도 잘 섭취해야 하고,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비싸도 사서 볼 수 있는 그런 경제적인 받침이 있어야 되고, 독서실처럼, 토즈 같은 공간에서 작가들이 글을 많이 씁니다. 토즈 같은 경우, 대학로에도 있고 스터디할 공간도 있어서 자주 씁니다. 그 외에는 카페에서. 그래도 전 집이 제일 좋아요. 집을 떠나면 못 쓰는 것 같아요. 집필은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담배, 타자기와 함께하는 작가의 방. (이미지 컷)
작품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상하시고 완성까지 해나가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본인만의 특별한 노하우 같은 게 있다면?
저는 원래 쓰면서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다가 지금은 구성을 처음부터 3막 구조로 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시나리오쪽 공부를 하면서 그렇게 되더라고요. 물론 메모는 필수적이고요. 생각나는 것은 항상 어딘가에 적어둬요.
영상의 3막구조.
글 쓰실 때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을 쓰시나요?
집필은 한글로 써요. 워드는 잘 안쓰고. 한국 작가니까, 한국 프로그램을 애용해야지. 쓰는 것이 한글 아니면 워드이다 보니, 특별하게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기능이 많은 것 같긴 한데 글을 쓰거나 논문을 쓸 때 큰 기능이 요구되진 않으니까.
극작가들의 작품 출판은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출판사 직접 투고 방식일까요?
극작가들은 우선 작품을 공연으로 올려야 해요. 극작가에게는 공연이 1차 텍스트거든요. 창작기금이나 지원 기금을 받아서 지원 출판이 대부분일 거예요. 제가 알기로는 직접 투고는 없을 것 같아요. 자비 출판을 하겠다는 경우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도 출판사에서 다 받아주진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희곡의 1차 출판은 공연이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안된 작품은 책으로 내는 것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을 하지 못한 작품은 책으로 내기 힘들 거예요. 지원 받아서 출판하는 지원 출판이 많을 거예요. 저는 희곡집은 다 지원 받아서 냈어요.
그런데 이 지원도 널널하지 않아요. 경쟁이 세거든요. 그래서 극작가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극작가가 쓴 희곡을 알리기 위해서 공연되지 않은 작품들을 모아서 책처럼, 관계자들에게 소개를 하기도 하고, 그것도 쉽지 않더군요. 극작가는 연극을 통해 자기를 선보여야 되기 때문에 공연 없이 순수 출판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대산문학상 상금을 저는 공연에 썼어요. 책을 내는 것은 나중에 내도 좋으니 우선 공연을 하자. 그런데 후배가 먼저 책을 내는 걸 보니까 그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작가는 역시 책으로 묶인다는 것에도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차근호 작가님의 대산문학상 수상작 『타자기 치는 남자』 공연 포스터.
당선 이후에 3년 동안 극을 못 올리셨다고 하셨는데 극작가가 대학로에 극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제가 3년 동안 못 올린 거에 대해서는 우선 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희곡은 공연이 되지 않으면 책에 실리는 게 의미가 없어요. 신춘문예에 목을 매는 이유는 권위가 있지만 동시에 신춘문예 단막극제라고 해서 극을 올려주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그다음부터는 각자도생이라는 거예요. 신춘문예는 단막극이에요. 그런데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은 장막극이에요. 이럴 수 있어요. 단막극제에서 신춘문예 단막극을 연출한 연출가가 내 작품을 마음에 들어해서 작품을 같이 하자고 의뢰할 수 있어요. 그러면 굉장히 드물 수 있지만 루트가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얘기했다시피 그건 굉장히 드문 것 같고. 왜냐하면 극을 올리기 위한 지원금을 받아야 하니까요. 연출할 때 연출가는 여러 지원 사업 중에서 하나밖에 못 하거든요. 그러니 여러 극작가를 생각해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외에는 공모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삼성문학상에 낼 수밖에 없었어요. 상금도 좋았고, 정말 좋았던 조건이 희곡을 공연으로 올릴 수 있게 지원금도 줬거든요. 희곡 공모에서는 극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3년동안 못했던 건 저는 루트가 없었기에 힘들었어요. 조선제왕신위가 제 장막극 첫 데뷔작인데 희곡 스터디를 같이 하던 친구가 이 작품을 줘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걸 줬는데 그 친구가 지원금 도전을 했고 그게 돼서 얼떨결에 극을 올리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이 된 거예요.
이런 작가들도 있어요. 신춘문예같은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이 처음부터 극단을 만들어서 공연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극단마다 극을 보내보고 연락이 돼서 올리는 경우도 있고. 물론 힘들어요. 연출가들은 검증이 부족한 신인과 작업을 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작가가 직접 연출을 할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쓰는 것과 연출은 또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극을 올린다는 게 이렇게 힘들어요.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극을 올리지 못했던 3년이라는 시간에도 극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글을 쓰는 걸 좋아했고, 학교 다니면서 글을 쓰는 일에 3년은 걸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은 힘들더라고요. 부모님도 취직 안 하냐고 물어보시고. 그래서 회사에 면접도 보러 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 면접 보러 다녀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한지 1년도 안됐는데, 3년은 해봐야 할 것 아니냐고 했는데, 그런데 운이 좋게 신춘문예가 됐어요. 그래서 또 3년 그렇게 썼고. 그런데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절벽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작품을 올리지 못하는 작가분들이 많으니까.
이 질문은 자주 들으셨을 것 같고 답변도 하셨을 것 같은데 영화가 아니라 연극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것도 운명이었죠. 원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영화감독이 됐으면 잘 못했을 거예요. 제가 사람을 다루는 걸 잘 못 하겠어요. 생각해보면 딱 하나인 것 같아요. 영화만큼 스펙타클한 것도 아니고 영화에 비해 엄청나게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연극이 연극인 것은 무대의 배우와 객석의 관객이 만난다는 것. 인간과 인간이 대면으로 만난다는 것, 연극에는 직접적인 소통과 정서적인 교류가 있어요. 무대의 배우도 객석의 관객의 반응을 느끼거든요. 연극이 지금까지 왔던 건 인간과 인간이 만난다는 토대 위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어두운 부분을 마주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연극적 상상력 같은 연극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연극인 것 아닐까요?
차근호 작가님의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 작품 『메이드 인 세운상가』 커튼콜.
마지막으로 극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등대가 될 수 있을, 그런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극장에서 작가님 연극을 보고 연극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글쎄요, 제가 그 사람 인생을 망쳐놓게 되는 게 아닐지.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에 이보람 작가라고 있어요. 제가 그 친구한테 연극 하면 벤츠를 탈 수 있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그 말 듣고 직장을 그만두고 연극을 시작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그다음부터 절대로 그런 얘기를 안해요. 옛날에는 낭만적인 얘기도 많이 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희곡은 시와 소설과는 달라요. 그 다른 지점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지점이 어느 순간에는 굉장히 흥미롭고, 극이 올라와 내가 만든 인물들이,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것에 굉장히 기쁠 거예요. 그런데 또 어느 지점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요. 이런 희곡의 특성을 자세히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희곡은 1차 텍스트고 공연은 2차 텍스트이기 때문에 2차 텍스트인 공연의 연출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라고, 외국을 꿈꾸라고 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 저는 늙었지만 젊은 작가들은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 봐요.
그리고 극작가들에게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 희곡을 하면서 연출을 하는 작가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극만 쓰는 극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예요. 희곡은 공연을 전제로 한 ‘문학’이라는 걸 절대로 잊지 말 것, 공연에 집중하면 대본을 쓰게 돼요. 대본은 작업자를 위한 거예요. 그게 아니라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남고 읽혀지기 위해서는 완결된 문학으로서의 텍스트를 써야 해요. 희곡은 공연을 전제로 한 문학이지, 대본이 아니에요. 그래서 더 잘 써야 해요. 그리고 문학으로서의 희곡이 뭔지 많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선물로 주신 책 한 권 한 권 사인해주시는 작가님의 모습.